Q. 3년전 남편과 사별 후 외로워친구들과 깊은 관계를 맺어왔습니다. 아플 땐 도시락을 싸다 주고, 힘들 땐 열일 제쳐두고 달려가서 위로해줬습니다. 그런데 친구들은 나를 그만큼 위하는 것 같지 않아 실망감이 쌓이고 화가 납니다. 얼마 전, 제가 힘든 일이 있어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하는데도 급한 일이 있다며 황급히 집으로 가버리더군요. 나는 가족 이상으로 생각해 아무리 바빠도 함께 있어 줬는데 친구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 친구와 관계를 이어가야 할까요.
A. 가족 이상으로 생각했던 친구가 막상 어르신이 힘들 때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아 섭섭할 것 같습니다. 절교까지 생각하실 정도로 많이 속이 상하신 듯 합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관계에 따라 행복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기도 합니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모른다는 말처럼 관계를 맺고 마음을 나누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어르신도 친구와 함께하며 행복했지만 지금과 같이 속상해하는 부분도 이러한 이유일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들과 좋은 관계는 자연히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일 수 있습니다. 좋은 관계는 자신이 자율적으로 존재함과 동시에 상대방과 연결돼 있는 것입니다. 때문에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자신이 무시되거나 소외된 느낌, 불안감, 답답함 등을 반복적으로 경험한다면 대인관계를 어떻게 맺고 유지하고 있는지도 살펴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싸움에만 기술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대인관계를 잘 하기 위해서도 전략이 필요한 것이지요.
대인관계를 잘 하기 위한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몇 가지를 소개하면 첫째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며, 둘째는 상대방의 성향을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셋째는 상대방의 의도를 자기식대로 이해해 반응하지 않고 기다려 주는 것입니다. 네번째는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며 마지막으로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각자의 생활영역이 있는 만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아주 가까운 사이라도 기준이 다르면 오히려 불편함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어르신의 경우 사별 후 외로운 마음과 남편 빈자리를 친구로 채워 위로 받으려 한 마음이 공감은 됩니다. 그렇다고 친구가 모두를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앞서 대인관계에서 거리두기가 필요한 것처럼 친구가 생각하는 관계가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친구를 나쁘다고 판단하거나 인연을 끊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연인관계에서 내가 사랑하는 만큼 똑같은 크기로 상대방에게 받는 것이 불가능하듯 대인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베풀 때 행복한 마음이 들 수 있지만, 베푼 만큼 돌려받을 것을 기대하다 보면 기대에 못 미쳤을 때는 오히려 화가 나고 관계가 나빠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를 인정하고 사람을 사귀다 보면 지지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고, 관계에 따라 기대감을 달리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한 대인관계에서 기다려 주기 처럼 친구가 왜 그러한 행동을 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갑자기 건강에 이상이 생겼거나 피치못할 상황이 있었을 수 있습니다. 섣불리 친구의 마음을 부정적으로 판단하거나 오해하는 것은 아닌지 친구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확인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노년기 건강한 대인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혼자있는 시간을 두려워 하지 않고 자신이 중심이 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돌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혼자 있게 되는 시간을 잘 보내기 위한 취미생활도 좋고,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명상을 해보는 것도 권해드립니다. 사람의 마음도 관계도 사물도 소유하고자 하는 마음에서부터 고통이 시작된다는 부처님 가르침처럼 내가 아프고 힘든 이유는 타인에게 의존하고 집착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내가 행복해야 타인과 함께일 때 행복할 수 있고 건강한 관계 맺기도 가능할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다면 어르신상담센터와 같은 상담전문기관을 이용해 볼 수도 있습니다. 또한 친구와의 관계 때문에 우울한 마음이 든다면 각 지역의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출처 : 법보신문(http://www.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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