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저는 장남입니다. 장남의 책임, 제 아내는 큰며느리 된 책임으로 치매인 어머니를 모신 지 어느덧 5년이 되어 갑니다. 이제 퇴직하고 집에서 함께 어머니를 겪어 보니 저도 못 알아보시는 어머니를 모시는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하루에 수백 번씩 들더군요. 생각 끝에 동생에게 어머니를 잠시 맡기고 아내와 가까운 곳에 하루이틀 여행이라도 다녀올까 생각이 들어 얘기했지만 동생은 안된다고 하더군요. 장사를 하며 바쁘게 살기에 이러한 부탁이 어렵다는 것도 알지만 겨우 하루 이틀인데 거절하는 것에 서운한 마음도 들더군요. 아내는 오히려 괜찮다며 저를 위로하지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는 것 같아 더 미안해 집니다. 지금이라도 아내와 함께 어머니를 잘 모시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A. 매이신 어머니를 묵묵히 돌보는 아내의 힘듦도 몰랐던 것 때문에 더 미안해 하시는군요. 그런 아내를 위해 무언가 하고 싶은데 뜻대로 안되는 상황이신 것 같습니다.
고령사회가 되면서 치매국가책임제, 노인장기요양제도 및 노인맞춤돌봄 서비스 등을 통한 노인돌봄의 사회화가 확대되고 있지만, 여전히 상당 부분의 노인돌봄 부담은 가족의 몫입니다. 치매를 앓고 있는 어르신의 경우 낯선 환경보다 생활하던 집에서 가족들이 돌보는 것이 필요하지만, 부양자인 가족은 치매 뿐 아니라 편찮으신 가족을 돌보는 것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2020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연구에서도 아내와 같이 어머니를 주로 부양하는 주부양자들의 스트레스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며, 36.1%정도는 가족 중 도와주는 사람 없이 소위 독박 돌봄을 하고 있다는 결과만 보아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아내의 힘든 부분을 알아차리고 지금이라도 도움을 주고자하는 마음이 중요합니다. 아내에게는 그러한 노력의 모습 자체만으로도 힘이 될 수 있습니다.
치매환자인 어머니와 주돌봄자인 아내를 위해서 가족들이 어떻게 도움을 주고 무슨 역할을 할지 충분한 생각을 해봅시다. 아내의 기분전환이나 잠깐의 휴식을 위한 여행을 계획하는 것이 좋은 의견이지만 그 시간을 대체할 동생이 도움을 줄 수 없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또한 이러한 상황을 두고 아내가 여행을 가고 싶어하는지도 살펴봐야 합니다. 어머니가 아들도 못알아보는 상태라면 가족이라도 다른 사람에게 몇일을 맡기는 것이 마음이 편치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은 아내에게 어머니를 돌보면서 힘든 점은 없는지 현실적으로 어떠한 도움이 필요한지 이야기 나눠 보시기 바랍니다. 어르신이 생각처럼 여행을 가고 싶어 할 수도 있고, 하루에 몇 시간씩이라도 휴식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혹은 어머니를 모시는데 있어 경제적인 어려움을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남편이자 큰아들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동생에게도 이러한 상황을 알리고 할 수 있는 부분을 나눠보시기 바랍니다. 어르신과 아내도 지금은 건강해서 어머니를 모신다고 하지만 연배를 생각하면 언제까지 모실 수 있을지 알 수 없고, 어머니 치매증세도 더 악화된다면 집보다는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동생이 지금 당장은 어머니를 모시지 못하더라도 이런 경우를 대비하여 매월 일정의 부양비를 내게 하는 것도 좋습니다. 또한 어머니가 장기요양등급을 받았다면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지원하는 복지제도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보시기 바랍니다. 어르신처럼 직접 부모님을 모시는 경우 장기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하여 부양비를 지원받기도 합니다. 어르신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여 일정 시간 어머니를 돌보며 아내에게 온전한 휴식시간을 주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사회가 변화하고 효(孝)에 대한 개념이나 방법이 많이 변하기는 했지만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이나 자식으로서 도리가 변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동생에게 화가 난 감정보다는 어머니와 주돌봄자인 아내를 위해서 지혜로운 결단을 하시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러한 과정에 어려움이 있다면 서울시어르신상담센터나 각 지역의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상담받아 볼 수도 있습니다.
출처 : 법보신문(http://www.beopbo.com)
원본기사 : http://www.beopbo.com/news/articleView.html?idxno=305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