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소개
“뇌졸중으로 고생하던 내가 상담가가 되다니…”
“한번은 82세 어르신이 찾아왔어요. 성병이 생겼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겁니다. 관계를 가진 상대는 센터에서 친구로 만난 사람인데 우세스러워 말을 못 꺼냈다고 하더군요. 젊어서 이런 문제를 경험하고 해결해 본 적이 없으니 이제 와서 당황하는 것이지요.”
김씨도 교육을 받을 땐 민망한 마음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강사가 와서 강의를 하는데 노인이 어떻게 성관계를 할 수 있는지 가르쳐주더라는 것이다. “갱년기가 지나면 남녀 모두 성기능이 떨어져요. 강사는 ‘그렇더라도 노인도 충분히 성을 즐길 수 있다’면서 방법을 알려주더라고요.”
그런 김씨는 현장에서 노인들의 고민을 청취하며 마음을 달리 먹었다. 우물쭈물하며 다가온 상담자들이 ‘지인과 스킨십을 하는 단계까지 발전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등의 연애 고민을 털어놓더라는 것이다.
“성이 젊은 사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죠.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이야기를 하면 흉측스럽다고 했어요. 그런데 요즘엔 먼저 물어 와요. 사회가 바뀌니까 노인들 생각도 변하는 거예요.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할 뿐이죠.”
2년차 상담가인 한상섭(70)씨도 “어르신들은 속마음을 꺼내는 걸 유독 부담스러워하신다”며 상담 사례를 떠올렸다. “상담을 하다가 속 깊은 이야기를 여쭈려고 하면 자리를 박치고 일어서는 어르신들도 있어요. 어려움을 겪을 때 타인의 도움을 받는 것이 눈초리를 받거나 익숙하지 않은 세상을 살아 온 분들이어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노인들은 친구나 동생 같은 상담가들에게 상대적으로 쉽게 마음을 연다. 나이 차가 많은 젊은 상담가에게서는 느끼지 못 했던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빨강상담소에서 전문상담가로 활동하고 있는 신현국(37) 사회복지사는 얼마 전 자신에게 걸려온 전화를 예로 들었다. “한 어르신이 전화로 상담을 신청했어요. 부끄러운 일인지 제게 말씀하시기 부담스러워하셨어요. 조심스럽게 ‘말을 편히 할 수 있는 또래랑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하셔서 동년배 상담가 한 분께 상담을 부탁드렸죠.”
노인들을 돕는 상담가들에게도 긍정적인 반응이 나타났다. 은퇴한 뒤에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삶에 대한 만족감이 높아졌다. 동년배 상담가 한씨는 “상담자가 마음을 열어 어려움을 털어놓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옆 테이블에서 막 상담을 끝낸 신희복씨 역시 “풍을 맞아 영영 사회활동을 못 할 줄 알았다”면서 “이렇게 동년배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하게 되니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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